소설가 김영하씨 장편 「검은꽃」탈고

2003. 8. 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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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인간 존재 일반의 운명, 그게 제가 관심을 갖는부분이에요" 문학동네 신인상과 현대문학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김영하(35)씨가 원고지 1천300장 짜리 장편 「검은꽃」(문학동네 刊)을 냈다. 광활한 사탕수수 농장을 배경으로멕시코 이민 1세대의 한맺힌 삶을 묘사한 영화 "애니깽"의 소설 버전이라고 할 수있다.

기울어져가는 대한제국의 패권을 놓고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이 돌입한 즈음인 1905년 4월. 영국 기선 일포드호는 조선인 1천33명을 싣고 제물포항을 출발, 교민 한명 없는 멕시코로 출발한다.

다양한 출신성분을 갖고 있으나 재산이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조선인 승객들은 멕시코로 가면 일자리와 미래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에 배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낯선 환경과 에네켄 농장의 가혹한 노동. 그들은 대륙식민회사의 농간으로 일손이 부족한 멕시코에 채무노예로 팔려갔던것이다. 4년이라는 의무기간 그들은 여러 농장에 분산수용돼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착취당한다.

의무기간이 만료된 뒤 그들은 멕시코 전역을 유랑하는 신세가 됐으며 일부는 멕시코에 불어닥친 혁명과 내전의 바람에 휩쓸려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인다. 그 와중에 이웃나라 과테말라에서도 정변이 발발, 혁명군측에서 조선인들에게 참전을 요청한다. 42명의 조선인들이 과테말라 북부 밀림지대에 도착, 정부군과 교전하는데 그들을 이끈 인물이 그곳에 "신대한"을 국호로 내건 소국을 세우자는 제안을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 소설은 11명의 "데스페라도"(무법자)들이 태평양을 건너 이국으로 갔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작가는 2000년 한 재미교포로부터 조선최초의 멕시코 이민자 이야기를 듣고 자료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인 멕시코 이민사"라는 책에서 이 이야기가 허구가 아님을확인, 지난 2월 멕시코와 과테말라로 향했다. 최초의 이민자들이 일했던 유카탄 반도의 에네켄 농장과 메리다를 답사하고 이들이 간 길을 따라 과테말라의 밀림으로향했다.

"인간존재 일반의 운명"에 주목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보통의 역사소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에네켄 농장 생활의 수난사에 못지않게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이민자들을 실어날랐던 일포드호 선상에서의 삽화와 멕시코라는 "용광로"에서벌어진 여러 인종의 부대낌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작가가 인간 삶에 관한 보편적인 무엇에 집착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모든 자료들이 민족수난사를 상정하고 씌어져 있어 감정적이고 과장된부분을 걷어내고 그 자료들을 객관적으로 해석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상투적인 역사소설이 되지않도록 하기위해 피해가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1995년 한 계간지를 통해 등단했으며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호출」과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아랑은 왜」 등을 발표했다. 360쪽. 8천800원.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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