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촛불을 밝히자

2003. 8. 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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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여섯살짜리 작은 아이 본이는 혼자서 그림을 그릴 때 달을 자주 그린다.

언젠가는 30분 정도나 달 이야기를 하는데 달 속에서 토끼만이 아니라, 놀라울정도로 많은 것을 본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잘 쓰면 재미있는 동화가 될 것같았다.

11살짜리 큰 아이 평화가 쓴 ‘별, 해 그리고, 달’이라는 시다. “별이 빛날 때달을 조명처럼 비추어주고, 달이 빛날 때 별은 작은 박수가 됩니다. 해는 그걸보고 웃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별과 달에 대해 아름답게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전기 없이생활하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뜨면 잔칫날이다. 춤추고, 노래하고, 달빛에 빛나는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전기를 쓰지 않기 위해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연습해왔다. 텔레비전 없이 지낸 것은 10년이 넘었고, 오랫동안 손빨래를 했다. 전기를쓸 때도 전기요금은 3천원 정도였다. 우린 전기를 아끼려고 한 게 아니라 가능한한 쓰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우리의 삶을 문명을 거부하는 ‘반문명’이나‘야만’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야만은 다른 사람의고통을 전제로 살면서 그것을 중단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혈안이된 삶이다.

핵발전이 전력에너지 생산량의 40%에 달하고, 핵이 사회의 중요한 관심이 된지금, 전기 없이 생활하고, 촛불을 밝히는 것은 핵을 반대하는 비폭력 직접행동의길이다.

전북 부안군 변산에는 ‘한울공동체’라는 유기농 생산자공동체가 있다. 이들은대부분 10년이 넘는 기간을 피땀을 흘리며 땅을 일구었다. 한울공동체와 전주한울생협(han-wool.co.kr)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깊이 신뢰하는 보기 드물게아름다운 관계를 오래 이어왔다.

핵폐기물처리장이 위도에 들어서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여러 부대시설이변산에 세워질 계획이다. 변산에 있는 한울공동체 친구들의 농장이 한수원이홍보하는 시설계획도 속에 여럿 들어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그들 대부분은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며 10년이 넘게 유기농으로 살려둔 땅을 떠나야 한다.

지난달 25일 핵폐기장 반대집회에서 한울공동체의 여성 농민 6명이 항의 표시로삭발을 했다. 부안에서는 매일 저녁 핵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고, 내친구들은 올해 농사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촛불은 많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자기 희생’ ‘간절한 소망’ ‘부드러운밝음’ 등등. 이런 상징 때문에 촛불시위는 간절한 소망을 부드럽게 밝히는방법이다. 이런 표현을 삶으로 가져가서,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전기를 끄고촛불을 밝히자. 고요와 침묵 속에서 세상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위로하고,핵발전으로 내가 얻은 것만큼 고통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자기 삶하나하나를 돌아보자. 진정한 문명은 거대 에너지체제 속에서 소비하는 삶이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차라리 전기 없이 춤추고 노래하고,고요해지고,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이다.

김재형/농민ⓒ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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