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논쟁은 그만! 문학 자체로 돌아가자"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 문학비평이 지나치게 정치성을 띠거나 논쟁 위주로 가는 최근의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고 문학 자체를 중시하는 관점에서 최근의몇몇 장편소설에 비판의 메스를 가한 평문이 문예지에 실려 주목된다.
이같은 논지는 그간 문단 일각에서 일어 온 문학권력 논쟁이나 이문열 관련 논쟁 등과는 비판적 거리를 둔 시각으로, "충분히 문학적이지 못한" 오늘의 비평적 논의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론가 방민호(36)씨는 계간『내일을 여는 작가』가을호 계간평란에 실린 글 에서 "오늘의 비평은 정치적 논전과 언론권력이나 문학권력 같은 힘의문제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즉 충분히 문학적이지 못하다"면서 그런 문제들이 휩쓸고 지나가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로 남을 문학적 주제들에는 무관심한듯하다고 밝혔다.
문학비평이라는 것이 문학권력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대체되거나 정치성 짙은여러 이슈를 다루는 것으로 보충돼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방씨는 고은의 미당 서정주 비판을 실례로 들었다. 미당 비판은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넘어 미당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차원에 이르기는 쉽지 않는데, 지금 필요한 것은 미당 비판이 아니라 그 국면을 넘어 미당의 삶 및 문학의 아이러니의 의미를 탐구하고 그것을 우리 문학정신의 한 내용으로 삼는 일이라는 것. 결국 문학비평은 문학권력의 비평이나 인정투쟁으로 환원돼서는 안되며 문학 자체, 즉 한국문학 자체에 대한 사유적 비판이며 비판적 사유가 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방씨는 이런 논지의 연장선상에서 "문학 자체에 대한 비평" 관점으로 대중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몇몇 작가의 근작에 가차없는 비평을 가했다. 따금한 비판의대상이 된 작가는 김영하, 윤대녕, 은희경, 배수아, 하성란. 김영하의 「아랑은 왜」에서 혼재되는 여러 이야기들은 서사의 빈약함을 벌충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까지 보일 정도라면서 김영하는 장편소설에만 들어서면 이야기를 어떻게 진행시켜야 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두서가 없다고 혹평했다.
윤대녕의 「사슴벌레 여자」를 두고 언론이 그의 놀라운 변신이라도 되는 듯 호들갑을 떨었으나 전체적으로 구성이 정밀하지 않고 소설의 상징성 역시 예전에 비해한발 더 나아간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은희경의 「마이너리그」와 관련, "독자들이 은희경의 작품을 선호하는 까닭은그의 냉소와 풍자가 일종의 카타르시스 효과를 주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런 점이문학성을 대변해 주지는 못한다"고 방씨는 꼬집었다.
배수아의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은희경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통속극의위험을 안고 있으며 소설속 말투가 한결같이 구어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지적이고 하성란의 「내 영화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구성이 깔끔해 읽기 쉬운 반면장편이 필수적으로 내포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떤 이념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le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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