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교수,갑골로 배우는 한자책 출간

1999. 6. 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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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유교전통에서 벗어나야 한국이 산다고 주창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출간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청바지 입은 갑골학박사 김경일(40) 상명대 중문과 교수가 이번에는 기존 천자문식 한자학습 방법 타파를 내건 또 다른 야심작을 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일반인을 겨냥한 이 책은 「제대로 배우는 한자교실」(바다출판사 펴냄)이라는 평범한 제목이 붙어있고 또한 여기서 다루고 있는 한자가 날 일(日)이나 달월(月) 같은 기본 1천자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이는 무엇보다 국내 갑골학 박사 1호인 그가 지금으로부터 4천년전 중국 황허(황하(黃河)) 지역에 살던 중국 상(商.혹은 은<殷>)나라 사람들이 표기수단으로 사용했으며 한자의 뿌리가 된 갑골문(갑골문(甲骨文))으로 한자풀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골문이란 상나라 왕실의 왕이나 정인(貞人)이라 불리던 전문 점쟁이 관료가 점을 친 결과를 거북이나 소뼈에다 새겨놓은 문자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한자가 여기서 비롯됐다.

이 책을 보면 시중 서점에 수십종이 나와있는 기존 한자학습서 대부분의 한자풀이가 얼마나 엉터리인지가 금방 드러난다.

예컨데 법률이나 근본을 뜻하는 法(법)자의 경우 기존 한자학습서들이 물 수(水)자의 변형인 부수 삼수변과 갈 거(去)자가 합쳐진 것으로 `물(水) 흐르듯 간다(去)는 뜻에서 법률이라는 뜻이 생겨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얼토당토 않은 풀이다.

이 글자의 갑골문을 보면 흐르는 물 옆에 사슴같은 짐승이 서 있고 그 아래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즉 法자는 본래 우승꽝스럽지만 재판할 때 원고와 피고를 물가에다 세워놓고 짐승으로 하여금 아무나 들이받게 해 물에 빠진 사람을 죄인으로 판정하는 한다는 뜻임을 갑골문을 통해 알 수 있다.

하다라는 뜻의 동사 위(爲)는 기존 학습서가 아예 풀이를 하지 않거나 무언인가 움켜쥔 원숭이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것의 갑골문자는 사람이 코끼리를 부리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사내 남(男)자는 밭전(田)자와 힘력(力)자가 합쳐진 것으로 보아 보통 `밭에서 힘쓰는 게 바로 남자'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갑골문은 힘력(力)가 쟁기 모양이다.

따라서 男자는 본래 `밭에서 쟁기를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저자인 김 교수는 "이같은 엉터리 한자풀이는 부지기수"라면서 "이번 책은 이런 오류를 바로잡고 갑골문을 통해 한자의 본래 뜻이 무엇인지를 설명함으로써 한자가 결코 어렵지 않은 글자임을 보여주도록 했다"고 말했다.367쪽.1만원.(사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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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shik@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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