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로 보내주오"-30대 노숙자 절도후 자수

1998. 9.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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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 金範洙기자= "IMF로 구걸도 잘 안되고 날씨도 추워져 사회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 끼니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8일 밤 서울의 한 금속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거액의 수표를 훔치고 곧바로 경찰에 자수한 金吉煥씨(33.주거부정).

金씨는 이날 오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서일금속 사무실에 창문을 열고 들어가 소형금고안에 있던 2천9백50만원짜리 약속어음 1장과 5백만원짜리 가계수표 3장, 손목시계 등 모두 4천4백여만원의 금품을 훔쳤다.

金씨는 그러나 범행을 저지른지 1시간만인 인근 문래파출소로 가서 자수를 했다.

19살때인 지난 84년 특수절도 혐의로 교도소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무려 7차례나 감옥을 드나든 金씨는 지난해 정상적인 직업을 지니고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환각제에 손을 댔다가 지난해 10월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4개월간의 복역을 마치고 올해 2월 출소한 金씨를 맞이한 것은 바깥세상의 환한 햇살이 아니라 IMF로 인한 극심한 취업난과 생활고였다.

이후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영등포일대에서 노숙을 하면서 구걸로 하루세끼를 해결해온 金씨는 구걸하기도 힘들어지고 날씨가 쌀쌀해지자 남의 물건에 손을대고 경찰에 자수해 다시 교도소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경찰은 金씨에 대해 이날중으로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했다.

金씨는 "교도소에 갔다오면 세상이 지금보다 살기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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