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중문화, 점진 개방해야"

1998. 9. 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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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 심포지엄 (서울=연합) 金亨根 기자 =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池明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소장)가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동북 아시아의 문화와 한일관계' 심포지엄에서는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은 필요하지만 점진적 개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개진될 전망이다.

위원회가 17일 언론에 미리 배포한 일본 문화계 인사 3명과 한국측 인사 3명의 주제발표문에 따르면 양국 대중문화의 적극적인 교류와 개방은 시장의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이질적인 문화로 인한 문화충격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들 인사는 특히 대중문화는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충격 완화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와 일본 문화에 대한 연구를 권고하는 한편 신중한 입장 견지를 충고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은 다음달 7일 金大中 대통령의 방일 시에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열리는 것으로 자문위는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시기 및 개방 수준 등의 문제들에 대한 정책 자문기관 성격으로 지난 5월 출범했다.

다음은 주제발표 요지.

◇기조강연

▲문화 자유화의 시비에 관하여(쯔쯔미 세이지(堤 淸二) 세존그룹 회장) = 오늘날 일본의 문화상황은 박물관 등 문화시설은 훌륭한데 비해 전시물 등 문화 내용은 미흡하다. 특히 대중문화에는 반윤리성, 몰사상, 비역사성이 내재돼있다. 성의 상품화라든가 전범에 대한 영웅시가 그 예이다.

산업.소비사회에서는 속악한 문화가 전통문화를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 예술 분야는 시장원리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문화는 국가 정체성 수호 차원에서 중요하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가 좋은 예인데, 일본에는 이러한 문화적 자각의식이 희박하다.

▲바람직한 한일문화교류정책의 기본방향(姜萬吉 고려대 교수) = 21세기는 문화제국주의도 획일화시대도 아닌 다양성 속에서 평화공존을 모색하는 문화주의 시대다. 21세기 동아시아 문화권의 패러다임은 통일 한반도의 문화가 중국.일본 문화와 차별화되는 바탕위에 상호 우호적이고 평화적인 균형이 이뤄지는 형태가 돼야한다.

특히 한국은 일제 강점 기간의 문화적 강제 편입과 동화된 역사적 사실을 감안할 때 식민지적 피해의 치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한일문화 교류는 시장원리대로 무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으며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제1주제 영상문화와 아시아의 전통

▲나의 작품을 되돌아보며(오구리 코헤이(小栗康平) 감독) = 영화는 `세계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민족이나 국경을 뛰어넘기 어려운 매체라고 생각한다. `세계어'라고 할 때의 이 `세계'란 어디를 중심으로 한 세계인가하고 자문해봐야한다. 이것은 영화의 문체나 문법과 관련된 문제다.

또 영화 화면을 구성할 때 문화나 풍토의 차이를 배제할 수 없다. 동일한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민족과 문화가 다르면 촬영 장면이 확연히 구분된다. 민족이나 전통의 차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일본영화 문화에 대한 소고(崔永喆 한양대 교수) = 일본 영화의 장르 중 폭력과 선정성에 의존하는 로망 포르노, 협객물, 시대극에 대한 연구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영화개방이라는 원칙에 앞서 상호주의를 정립하기위한 사전작업이 있어야 한다.

적절한 과정을 거쳐 일본 영화의 개방이 이뤄졌을 경우에는 기존 영화시장이 확대되고 우리 영화 및 영화인들의 일본 진출 기회가 늘어나며 경쟁을 통해 영상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2주제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의 특징

▲일본의 이야기 만화와 애니메이션 문화의 현상(오노 코세이 (小野耕世), 만화영화 평론가) = 일본 만화 및 만화영화가 대중문화의 형태를 띠고 있긴 하나 역시 일본의 특수한 문화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 독자만을 의식해 만들어진 만화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이질적인 문화의 침투 현상이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특히 일본에서는 `어른의 시간'과 `어린이의 시간'이 구별돼 있지 않거나 경계가 애매해 가족 오락물에도 지나친 폭력이나 누드, 성애 장면이 나오는 등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의 만화, 일본의 애니메이션(金水正 둘리나라 대표) =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재패니에이션'이라는 독립 장르로 자리잡기까지는 거의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사실과 광대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출판만화가 일본 애니메이션 및 영상 산업의 토대를 이루고 있음을 주목해야한다.

또 일본 정부는 지난 60년대 중반부터 애니메이션을 수출전략상품으로 지정, 각종 세제.금융.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도 눈여겨봐야한다. 이밖에 일본 애니메이션은 TV용 저예산 애니메이션과 극장용 고투자 애니메이션으로 상품이 차등화 돼 있음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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