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수재민들 발 '동동'

1998. 8. 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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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 高亨圭.孔丙卨기자 = 미친듯한 폭우가 걷히고 날씨가 갠 9일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속칭 `노원마을'과 공릉동 일대 주민들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씻겨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온 동네가 빨래터고 시끌벅적한 장터인 듯도 한 수해지역 주민들은 다시 삶의 터전을 꾸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민들은 집에 물을 퍼내고 가재 정리를 하느라 바쁘게 손을 놀렸고 비상 근무에 돌입한 구청과 동 소속 공무원과 경찰관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도울 일을 찾았다.

그러나 수해복구를 위한 장비와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아직 전기가 공급이 안되거나 전화가 불통인 가정이 많아 불편에 시달려야 했다.

또 구호물자 배급 과정에도 `배달사고'가 있는지 라면하나 손에 쥐지 못해 주변 식당을 전전하는 주민들도 있었으며

한편 공릉동 주민 林모씨(53)는 "구청이 건자재 적치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둑을 멋대로 깎았다"면서 "이번 수재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라며 분통을 떠뜨리기도 했다.

◇구호물자 배급 `빈익빈 부익부' = 노원구는 이날까지 생필품 7백14세트, 모포 2천4백29대, 라면 6백86박스를 구호품으로 지급했지만 골고루 배급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공릉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林모씨(53)는 "구호물자 하나 받은 게 없다"며 "구호물자도 알음 알음으로 모두 엉뚱한 데 가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정도"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같은 동네에서 3개월째 전세를 사는 실직자 金모씨(30)는 "정작 돈이 없어 모든 게 아쉬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물자가 전달이 안되고 집주인들에게만 물자가 나눠지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 주민은 "일부 공무원들이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 여유있게 나눠주는 바람에 아예 지급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부족한 인원과 장비 = 노원구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각종 중장비와 8백여명의 인원을 동원,중랑천변 주택가와 손상된 제방에 대한 복구작업을 벌였다.

본부는 특히 마들길과 상계1동 현대아파트, 창동교 아래 등 강물에 제방이 휩쓸려 내려간 곳에 흙이나 모래 주머니를 쌓았다.

그러나 장비와 일손 부족으로 복구작업은 한없이 더디게 진행됐다.

이날 하루동안 트럭 60여대와 포크레인 2대가 동원됐으나 피해 지역이 넓은 공릉1,3동의 경우 못쓰게 된 가구를 비롯, 물에 젖은 각종 쓰레기가 골목마다 산더미처럼 쌓였다.

또 양수기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아 아직까지도 주민들이 직접 물을 퍼내기도 했다.

주택가 정리작업에 투입된 인원도 1백여명에 불과해 주민들이 집안팎 청소와 못쓰게된 집기를 내놓는데도 일손이 모자랐다.

노원마을 주민 金모씨(44.노원구 상계1동)는 "물빼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면서 "청소차량과 중장비가 많이 지원되면 훨씬 일이 쉬울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공릉1동에서 가내공장을 운영하는 朴모씨(56)도 "지하실 공장에 보관해 놓은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못쓰게 됐다"면서 양수기가 좀 더 많이 지원되면 물빼기작업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복구 미흡= 노원마을 주민 徐모씨는(77.여)는 "8일 부터 전기가 들어온다고 기뻐했는데 일부 가정에만 전기가 공급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밤새 집안 구석구석과 가재 도구를 쓸고 닦으려면 형광등이 필요한데 천상 촛불켜고 일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 동네 한 주민은 "한전에서 임시 변통으로 가설로 라도 전기공급 장치라도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 李모씨(30)는 "정치한다는 높은 양반들이 지역구랍시고 이리저리 돌아보며 관심을 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며 "때론 멀쩡한 옷입고 어정어정되는 이들이 오히려 보기가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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