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원망스러운 비, 반가운 비"-업계 명암 엇갈려

1998. 8. 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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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 朴昶昱기자= "올여름 장사는 완전히 망했습니다" "그래도 비가 많이 와서 천만 다행이지요"

때아닌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서울과 중부지방을 강타, 곳곳에서 물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요즘 업종에 따라 울상을 짓는가 하면 만면에 웃음을 띠는등 명암(明暗)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단 대부분 업종이 침울한 분위기다.

예년 같으면 땡볕 더위가 계속돼 논코뜰새 없을 시기이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 사태가 벌어져 손님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침울한 표정을 짓는 곳은 빙과,음료,수영복,맥주 등 여름 한철 특수를 누리는 업종.

롯데제과의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8월 빙과 매출이 연중 최고를 기록하는 데 올여름에는 지난 봄보다 못하고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업계의 타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업계는 지난달 내내 서늘한 가을날씨가 계속돼 발을 동동 굴렀는데 요즘은 폭우까지 쏟아지자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 이상 곤두박질 쳤다며 아우성이다.

수영복 업계의 표정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

남대문시장 수영복 대리점인 `무스탕'의 金모 사장(47)은 "올여름 매출은 지난해의 5분의 1수준 밖에 안된다"면서 "IMF한파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라는 복병까지 만나 거의 장사를 망친 상태"라며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나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법. 같은 주류업계라도 소주업계는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맥주,소주 등 각종 주류를 판매하는 도매업체인 시흥주류유한회사(경기도 군포시 당정동)의 趙문경 사장은 "맥주판매는 완전 죽을 쓰고 있지만 소주 판매는 오히려 20% 가량 증가했다"면서 "비가 많이 내리면서 소비자들이 맥주보다는 소주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산업계도 비 때문에 가장 수혜를 입고 있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종로구 종로5가 삼신사의 영업부장 李모씨(35)는 "우산을 만드는 업체들이 IMF 사태이후 단체주문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나마 최근 비가 많이 내려서 일반 판매가 늘어 가뭄에 단비가 내린 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비디오테이프 대여점도 요즘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영화마을' 서울 송파2호점 林정옥 사장(36.여)은 "지난달말부터 평소에 비해 손님들이 세 배 이상 급증했다"면서 "휴가철이지만 폭우 때문에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이 비디오를 많이 빌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던 비 때문에 성수기 업종과 비수기 업종이 완전 뒤바뀌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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