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인원 더 있을까-軍당국, '악천후로 사망' 추정

1998. 7.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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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 단독 침투인가 아니면 침투공비가 더 있는 것일까. 또 해안에서 숨진채 발견된 공비의 사망 경위는...

12일 오전 9시20분께 강원도 동해시 어달동 해안가에서 잠수복 차림의 무장공비 1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이 즉각 합동신문조를 구성, 조사를 진행중이기 때문에 조만간에 의혹들이 풀리겠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유류품으로도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전체 침투인원 규모.

무장공비 시신 1구가 발견된 해안가에서 70여m 떨어진 곳에 있었던 침투용 추진기는 일단 침투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유력한 증거품이다.

이번에 발견된 추진기는 `라피드 어솔트' 등 바다를 무대로 한 액션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수중에서 이동할 때 사용하는 장비다. 뒷 부분에 배터리 동력으로 가동되는 스크루가 설치돼 있어 추진기를 붙잡고만 있으면 힘 들이지 않고 물속에서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숨진 공비가 사용한 추진기는 길이 1백57㎝, 직경 33㎝로 1명이 추진기 위에 올라타고 양쪽 손잡이에 2명씩 매달릴 경우 최대 5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5명이 이용하면 시속 2.3㎞, 3명이 이용할 경우는 시속 3.3㎞의 속도로 물속이나 수면에 근접해 짧은 거리의 목적지로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83년 다대포 앞바다에 무장공비를 침투시킬 때 이러한 수중이동용 추진기를 사용했으며 거의 모든 해안침투 공작때 이 추진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공작원들은 통상 잠수정 등 공작모선을 타고 해안에서 1.5∼2㎞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뒤 추진기를 이용, 해안에 침투해 왔다.

이로 미루어 볼때 사망공비외에 최대 4명에서 최소 1명의 침투공비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군 당국은 이에 따라 사망공비가 발견된 해안지역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공비 1명이 사망한 이유는 뭘까. 군 당국은 일단 침투 당시의 날씨에 주목하고 있다.

1차 검안결과 시신은 발견당시 입속에 응고되지 않은 피가 묻어 있었고 몸이 말랑말랑한 상태였다. 또 산소통에서는 공기가 조금씩 새 나오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이를 감안, 사망시간을 발견되기 24∼48시간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자정을 전후한 시간에 침투공작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9일 밤에서 10일 새벽, 또는 10일 밤에서 11일 새벽 사이에 침투 또는 복귀 공작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9일에서 11일까지는 휴전선에 걸친 채 남북으로 움직이던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중북부 지방에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해상에서는 파도가 1∼3m로 비교적 높게 일었다. 즉 아군에게 노출될 가능성은 낮은 반면 이동하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숨진 공비는 다른 공비들과 함께 추진기를 이용, 침투하거나 공작모선으로 복귀하다 물결에 휩쓸리면서 실수로 추진기를 놓치는 바람에 익사한 뒤 파도에 떠밀려 해안에 닿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침투공비가 2명 이상이라면 추진기가 발견됐기 때문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공비들은 복귀했다기 보다는 숨졌거나 이미 우리 해안에 상륙, 은신했을 확률이 높다.

침투목적은 침투공비들의 소속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일단 공작원 남파, 고정간첩 접선, 대남정찰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지난달 22일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선의 그물에 걸려 발견된 북한 잠수정에서 추진기가 발견되지 않아 잠수정 요원들과 이번에 침투한 공비들의 소속이 다를 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잠수정 요원들은 노동당 작전부 313연락소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공작 기관들이 앞다퉈 충성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번 침투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침투목적은 유류품을 수거, 면밀한 조사를 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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