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聯合時論> 한자교육 강화해야
<연합(聯合)時論> 한자교육 강화해야
(서울=연합(聯合)) 4년제 대학졸업생들의 한자실력이 거의 문맹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한자의 조기 교육론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한 국문학자가 전국 49개 대학 61개학과의 남자졸업생 가운데 B학점 이상인 1백명을 대상으로 한국한자능력검정회의 4급문제지로 시험을 치른 결과 평균점수가 30점 이하이고 50점미만이 89%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의 한자실력이 문맹이나 다름없다는 충격적인 보고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학생 수준의 한자인 유(有)자와 방(方)자 모(母)자를 획순에 따라 제대로 쓴 졸업생은 각각 5%와 11%, 23%에 그쳤으며 생(生)자와 화(火)자 구(九)자는 각각 28%,41%,45%에 불과했다. 또 자신의 대학과 전공학과 이름을 정확하게 쓴 학생은 각각 46%와 35% 뿐이었다. 특히 5%정도는 자신의 이름도 정확하게 못 쓰고 부모와 형제의 이름을 제대로 못쓰는 졸업생도 절반을 넘고 있다. 4년제 대학졸업자들의 한자실력이 평균 이 정도라면 한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졸업생들의 한자실력때문에 漢盲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판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지금까지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해왔던 교육당국에 대한 무언의 경종이라고 할 수 있다. 몇년전부터 유수의 대기업들이 임직원들에 대한 한자교육을 강화하고 입사시험에 한자를 독립과목으로 신설하는 등 한자를 배우자는 붐이 일어난 적은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의무교육과정과 중.고교에서 철저히 한자교육을 하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들의 한자교육 강화는 세계화 국제화 개방화시대를 맞아 한자문화권과의 교류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는 영어를 중시하는 교육으로 세계화 국제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영어로만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도 속해 있으면서 또한 교류대상국인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14억 인구의 한자문화권은 그 존재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우리의 명제는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로 집약된다. 이웃과 담을 쌓고 살 수 없는 현실을 감안 할때 우리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라도 공통의 언어매체를 익힐 수 밖에 없다.
해방이후 반세기동안 우리의 어문교육은 한글전용이냐 국한문혼용이냐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체계적이고 일관성있는 한자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중고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의 이름 석자와 제 부모의 함자조차 한자로 쓸 줄 모르는 한자문맹까지 생겨난 것이다. 지금 중.고등학교에서는 1천8백자의 상용한자를 기초한자로 가르치고 있다. 또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부터 주 1시간 씩 학교재량에 의해 한자를 가르치도록 하고 있으나 미흡한 실정이다. 이웃 일본은 국민학교부터 1천9백45자의 한자를 가르치고 한글전용만을 고집해 왔던 북한도 1천5백자를 국민학교부터 가르친다. 한자교육은 국민학교때 부터 철저히 하는것이 학습 능률도 올릴 수 있고 효과적이란 주장이 많다. 한자를 병용하는 우리 현실에서 한자의 조기교육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엔 한문시간이 있지만 선택과목이고 입시에도 출제되지 않으니 제대로 한자를 배우려 들지 않는다. 우리가 쓰고 있는 70%의 낱말들이 한자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자교육의 강화는 한글을 더욱 아름답게 쓸 수 있는 첩경이란 생각이다. 어떤 학자의 주장처럼 국어교육의 일환으로 국민학교때 부터 한자가 섞인 교과서를 사용하는 문제를 검토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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