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해외 환수된 미공개 문화재 명품전

1997. 6.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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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聯合)) 해외에서 반입해온 미공개 문화재급 걸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대형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을 두차례 역임한 申基漢씨(78)가 최근 종로구 연지동 은석빌딩에 은석고미술전시관(☏ 274-3151)을 마련하고 오는 26일부터 7월7일까지 개관기념전으로 <해외 환수문화재 명품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회에는 청자, 백자, 불상, 연적등 1백20점의 고미술품이 출품된다. 이 가운데 70점은 신씨가 최근 5년간 일본, 중국, 미국, 유럽등지의 소장가들로부터 직접 구입한 작품들이라 `문화유산의 해'를 빛내줄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 다.

전시작품은 가까이는 조선시대 청화백자에서 멀리는 고려시대 순청자까지 망라돼 있어 우리나라의 도자역사와 함께 도자문화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 다.

고려청자의 시원은 9세기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청자가 본격 등장한 시기는 고려가 개국한 10세기 후반을 넘어선 11세기 일이다. 고려사람들은 중국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지극히 고려적인 청자를 구어냈다. 12세기에 들어 고려청자는 독창적 생김새와 독특한 비색의 아름다움을 갖춰 전성기를 열게된다.

이번 전시회에도 이같은 절정기의 작품이 선보인다. 13세기 `靑磁象嵌牡丹蟲紋長頸甁'이 그것. 길다란 목과 유려한 곡선등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고려청자의 특징을 한몸에 지니고 있는데 특히 섬세하게 처리한 모란과 벌레문양은 상감기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 유행한 분청사기와 청화백자, 백자등이 고루 출품돼 조선 도자기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우선 대표적 분청사기로는 15세기 `粉靑沙器像嵌魚紋三耳壺'와 `紛靑沙器線刻魚紋扁甁'을 꼽을 수 있다. 세 귀가 달린 항아리몸통에다 수초가 있는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상감기법으로 그려넣은 분청사기상감어문호는 그릇의 생김새가 안정감을 주며 물고기의 문양이 도안으로 처리되었는데도 생동감을 전해준다.

조선왕조 세종때 나타난 청화백자는 15세기이후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다. 이번에는 간결한 선묘가 특징적인 17세기부터 다소 화려한 경향을 띠는 19세기의 작품 이 고루 출품된다. 비교적 이른 시기인 `白磁靑畵蘭菊紋壺'(17세기)는 손가는대로 쓱쓱 그린듯한 붓질에서 무욕의 경지를 느끼게 하는 작품. 또 탑을 올리는 것처럼 포개쌓은 19세기 `白磁靑畵鳳鹿菊牡丹紋多角瓢形甁'에선 먹의 농담처럼 유색의 변화가 두드러져 장인의 빼어난 솜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영지와 같은 불로장생의 식물과 학과 사슴이 벗하여 노니는 장면을 그린 `白磁靑畵長生紋甁', 모란무늬가 가득한 `白磁靑畵牡丹紋四角甁', `白磁靑畵牡丹紋沙鉢'등도 백자청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19세기 작품들이다.

이밖에 한쪽이 약간 이지러진 듯한 형태를 띤 18세기의 `白磁壺'는 이음새가 꼼꼼하게 처리돼 있어 우수한 백토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전문위원인 崔健씨(해강도자미술관 연구실장)는 "도자기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품을 뽑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라면서 "이중 분청상감유어문호와 분청조화초문편병, 백자청화추초문호는 단순하지만 힘있는 `건강미'와 넓은 여백속에 핵심소재를 간결하게 그려넣음으로써 `소거(消去)의 미'를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한편 은석고미술전시관을 마련한 申基漢씨는 광복이후 본격적인 수집가로 나서 50여년간 고미술을 벗삼아 살아온 인물. 그는 특히 해외에 유출된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국내에 환수해오는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가 이제까지 발굴, 공개해 문화재로 지정받은 도자기만도 靑磁人形注子(국보 167호), 靑磁陽刻竹折紋甁(국보 169호), 靑磁嵌尙藥局盞(보물 646호), 紛靑沙器魚紋盤(보물 577호), 白磁靑畵梅竹紋壺(국보 222호)등 20여점에 이른다.

90평의 전시실을 갖춘 은석미술관은 앞으로 상설전시와 함께 고미술경매, 교환전등을 통해 고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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