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은 기후"

1996. 12. 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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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聯合)) 김경석 특파원= 1776년 미국 독립전쟁의 근본원인은 영국의 식민지지배 강화가 아니라 날씨라는 새로운 역사해석이 제기됐다고 독일의 시사주간 슈피겔誌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슈피겔誌는 미국 메인大 美國史학자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와 애리조나大 기상역사학자 윌리엄 베런 교수가 지난달 발표한 `1697-1947년 혹한기록을 통한 뉴 잉글랜드지방 곡물성장기 측량 재구성'이라는 제목의 신간을 인용, "혁명전 혹독한 기상조건으로 흉작이 계속됐고 이것이 미국독립전쟁의 근본원인"이라고 전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뉴 잉글랜드 지방의 60여개 도서관에 소장된 2천권 이상의 일기(日記)를 분석, 미국 날씨가 곡물수확량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두 학자는 "혁명전 37년중 30년의 곡물수확이 혹한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이것이 혁명의 원인"이라면서 이에 비하면 전통사학자들이 꼽는 "세금 신설.인상 등 영국의 식민지지배 강화와 영국왕 조지 3세의 오만함"은 미국 식민지 주민들에게 "화를 돋구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박사는 1765년이후 식량공급 사정은 더욱 악화됐고 때맞춰 영국은 주민들에게 주둔군 6천명에 대한 의식주 해결을 요구했었다면서 7년전쟁후 재정이 파산상태에 빠졌던 영국의 조세압박에도 불구하고 날씨만 좋았더라면 혁명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州 애슈빌 지구기상연구소의 롭 퀘일 소장도 당시 미국과 같은 "농업사회에서 기후는 절대적 요소로 몇 cm의 밭이랑과 강우량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라고 강조, 이들의 새로운 주장을 지원했다.

또 버지니아大의 폴 그로스 교수는 "식량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우선 영국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며 이것이 무위로 돌아가자 "그들이 마지막으로 생각해낸 것이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비판론자들은 이들 두 학자가 혁명추진의 원동력인 `자유를 향한 욕구'를 염두에 두지 않음으로써 미국혁명의 역사적 모습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세계사의 중요사건들중 상당수가 기후때문이라는 주장은 학계내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영국 기상학자 허버트 램이 25년전 날씨가 결정적 역할을 한 세계사의 중요사건들을 열거했을 때 그의 주장은 전통주의 사학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샀으나 이제는 새로운 역사해석의 교재로 자리잡고 있다.

램은 스페인 무적함대는 1588년 영국해군이 아닌 대서양의 성난 폭풍에 의해 정복당했으며 프랑스 혁명은 수년동안의 혹한과 한발로 야기된 가축도살과 빵값상승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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