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시달리는 대구(大邱), 열대야(熱帶夜) 16일째

1996. 7.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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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大邱)=연합(聯合)) 金孝重기자 = 대구(大邱)지역은 31일 낮 최고기온이 올들어 가장 높은 섭씨 37.3도까지 치솟는가 하면 밤 최저기온도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지난 15일부 터 무려 16일째 계속되면서 한증막같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시내에는 찜통더위를 벗어나려는 탈도시 인파가 급증, 대낮에는 일부 상가들이 문을 닫는 등 도심 공동화 현상을 빚는가 하면 인근 유원지와 산에는 밤낮없이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연일 북새통이고 이곳에서 잠을 자고 출근하는 신풍속도까지 생겨 공원이 베드타운화되고 있다.

공사장 인부와 농민들이 탈수현상과 일사병으로 쓰러져 숨지는가 하면 시내 병.의원마다 냉방병과 피부병 등 계절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폭염 실태

대구지방기상대에 따르면 대구지역은 장마가 물러난 지난 15일 낮 최고 섭씨 30도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34-35도의 무더위가 이어지다 19일에는 수은주가 36.8도까지 올라갔다.

이후 10여일간 34-36를 오르내리던 기온은 30일 36.6도에 이어 31일에는 급기야 올들어 최고인 37.3도까지 치솟았으며 앞으로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기상대는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무더위는 밤에도 예외가 없어 지난달 15일 밤부터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후 급기야 29일과 31일에는 밤 12시 기온이 각각 29.5도와 29.8까지 올라가는 등 16일째 계속돼 시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와 함께 불쾌지수도 연일 대부분의 사람이 짜증을 느끼는 80-85까지 올라가고 있다.

기상대는"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이같은 무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낮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밤기온도 따라 치솟아 30도에 육박하는 열대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脫都心현상

이같은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시외로의 피서는 물론 도심을 벗어나려는 탈도시 인파가 급증, 평일 오후 2시와 오후 4시 사이에는 시내 교통량이 평소의 70%로까지 떨어지는 등 도심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또 서문시장이나 교동시장 등 대규모 재래시장 상인들은 물론 시내 동성로 일대 식당이나 상가들도 더위때문에 고객들이 줄어들자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일시 철시하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고 집단 휴가에 들어간 서대구 염색공단 등 공단 주변의 상가들도 영업을 중단했다.

이에 반해 시내 앞산공원과 수성못, 두류공원, 팔공산 등 대구 인근의 산과 공원, 유원지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밤낮없이 몰려들어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팔공산과 신천변 둔치에는 한밤중 더위를 피하기 위해 시민들이 아예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가 하면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새벽까지 진을 치며 더위와 씨름을 하는 풍경이 매일 밤 벌어진다.

10여일 전부터 밤마다 팔공산 일주도로나 두류공원내 도로에는 수 백대의 차량이 주차, 가족들이 잠을 자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아예 차 안이나 잔디밭 등에서 잠을 자고 출근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력사용 및 수돗물 사용량 급증

전력과 수돗물 사용량도 크게 늘어나면서 연일 사상 최대 기록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폭염에 따른 생활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지난 18일 대구지역 순간 최대전력 사용량이 1백83만9천㎾로 지난해 8월 18일의 최대치 1백83만7천㎾를 넘어섰고 19일에도 1백91만7천㎾로 연일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이같은 과다 전력사용으로 31일 오후 3시께 동구 신용동 수태골 인근 한전 전신주 애자 절연체가 무더위로 녹아 내려 정전이 되는 바람에 봉무동과 공산동 일대 주민 수 백가구가 큰 불편을 겪었고 팔공산을 오르내리는 삭도의 운행이 1시간이나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와 함께 하루 수돗물 사용량도 17일 1백24만6백t에 이어 18일 1백25만8천t을 기록,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인 지난해 8월 12일의 1백22만7천t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사상 최대치인 1백27만8천8백t을 기록하는 등 물 소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더위 피해 및 증후군

스트레스성 질환이나 고열을 동반한 열감기, 냉방병을 앓는 환자들이 병.의원에 몰려들고 한낮에 야외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 탈수증상으로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사고까지 잇따르고 있다.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영남대 병원, 동산의료원 등 시내 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에는 열감기를 앓는 신생아나 에어컨 등 냉방기 과다사용에 따른 냉방병 어린이 환자가 지난 6월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시내 서구 평리동 M내과에는 7월 이전만 해도 평균 40여명이던 감기 및 두통 환자가 35도 내외의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냉방기 과다사용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50여명에 달하고 있을 정도.

이와 함께 지난 29일 오전 11시 40분께 달서구 갈산동 H상사 작업장에서 金모군 (19.대구시 서구 평리동)이 크레인 설치작업중 탈수증세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지난 25일 오전 11시께는 서구 비산동 M염색공장에서 작업중이던 李모씨(54.동구 신암동)가 갑자기 어지럽다며 쉬다가 실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는 등 탈수현상이나 일사병 등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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