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코믹터치,패러디에 정통 TV드라마 주춤
TV 드라마 경량화, 완성도 저하 우려
(서울=연합(聯合)) 朱勇星 기자= 최근 코믹 터치, 패러디 드라마에 떠밀려 정통 TV드라마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요즘 공중파 TV 3社의 드라마 경쟁 상황을 보면 "가벼운 드라마가 잘 나간다"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KBS-2TV 군인 드라마 `신고합니다'가 MBC가 자존심을 걸고 던진 승부수인 스포츠 드라마 `아이싱'을 여지없이 공략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
거리 농구의 열기에 힙입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마지막 승부'의 2탄격인 MBC `아이싱'은 전작에 비해 드라마 구성, 화면 처리 등에서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소재인 아이스 하키 또한 국내에선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이 아니라는 점도 내부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차인표, 구본승, 이휘재 등 군 복무 중인 청춘스타를 앞세운 KBS-2TV `신고합니다'의 캐스팅은 화려하다. 게다가 연극배우 권해효, 최종원, 탤런트 조형기 등 조연들의 농익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코믹 터치의 스토리 전개는 시청흡인력을 높이고 있다.
코믹풍으로 인기를 끄는 드라마로는 SBS `남자 대탐험'을 빼놓을 수 없다. 성 문제를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미니시리즈는 중견탤런트 박규채, 임현식, 홍진희 등의 `감초 연기'에 힘입어 나름대로 선전하면서 후반부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있는 게 사실이다.
KBS-2TV `슈퍼 선데이'의 <금촌댁네 사람들>을 필두로 이제는 각 채널마다 토.일요일 종합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에서 방송하는 시트콤이나 일반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디 드라마와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바로 그것.
그러나 일반 시청자들은 보기 편한 이 드라마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시청률 부진으로 MBC 주말연속극 `동기간'이 조기종영의 비운을 맞이 할 정도로 정통 TV드라마의 퇴조현상은 두드러진다.
얼키고 설킨 갈등구조에서 비롯하는 드라마의 아기자기한 묘미, 연출자 나름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의 중후함 등 정통 TV드라마의 강점만으로 채널을 붙잡아 두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대학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제도가 갖는 맹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KBS-2TV 아침드라마 `파리 공원의 아침'은 시작하지 얼마되지 않아 중도하차의 위협에 내몰리다 시간대 이동으로 겨우 살아난 바 있다.
또 KBS-1TV의 정통 대하사극 `찬란한 여명'은 당초 예정보다 10회 단축해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옛 한말 개화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다룬 이 정통 사극은 시청률이 저조한 반면 7년만에 부활시킨 KBS-2TV 서민사극 `전설의 고향'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만들기도 쉽고, 보기도 편한 드라마의 이같은 경량화 현상은 TV드라마의 예술적 완성도를 더욱 저하시켜 장기적으로는 TV드라마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TV드라마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등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보다 스토리나 화면의 스피디한 전개, 캐스팅의 화제성 등 외형적인 면모에 치우친 탓에 소모적인 1회용 프로그램에 지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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