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고종황제 손자 李慶吉翁 49齋 봉행(奉行)
(서울=연합(聯合)) 고종(高宗)황제의 손자 李慶吉翁의 49齋가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淨土寺에서 종친 2명과 朴雪山 정토사 주지스님 등 3명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히 열렸다.
고종의 次南인 의친왕(義親王) 李堈의 여덟째 아들로 태어난 李翁은 지난 2월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평화양로원에서 사진 몇장과 낡은 옷가지만을 남긴 채 75세의 일기로 영욕을 삶을 마감했다.
어린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李翁은 해방후 덕수궁에서 살다 이승만(李承晩) 정권에 의해 쫓겨나 미국에 가 있던 의친왕이 귀국한후부터 이방자(李方子)여사가 타계한 88년까지 창경궁 낙선재에 기거했다.
李여사가 타계한 뒤 2년여동안 가지고 있던 조선왕가의 유물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여관과 하숙집을 전전하던 그는 진베드로 신부(81)의 주선으로 90년 8월 천주교 경로수녀회가 운영하는 평화양로원에 정착, 세상을 등질때까지 외로운 여생을 보냈다.
말년에 미사에 매일 참여하는 등 독실한 신앙심을 보였던 李翁은 양로원 생활중 고종의 영정 복사본과 의친왕의 낡은 사진첩을 만지면서 가끔 동료 노인들에게 `몰락한 왕가'의 흘러간 얘기를 들려 주기도 했다.
李翁의 49재를 치른 장조카 李初男씨는 "숙부님은 평소 쾌활하셨으나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왕족을 바라보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항상 부담스러워 했다"며 李翁이 자식이 없어 조카들을 아들처럼 대해줬다고 회상하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李翁의 49재에는 유교를 신봉하는 대부분의 李씨 왕가 종친들이 49재가 불교행사라며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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