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에 따른 시민들 표정

1995. 11. 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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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聯合)) 0...盧泰愚 前대통령에 대한 구속수감이 집행된 16일 오후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주공아파트단지 일대는 주민들 대부분이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구속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집과 복덕방 등 TV가 설치된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행인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져 한산한 모습.

주민들은 최고 통치권자였더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사법처리된다는 사실에 만족을 표시하면서도 이번 사건처리가 盧씨 구속에 그치지 않고 관련 정.재계 인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기도.

주민 金大福씨(35.상업)는 "2차례 소환을 지켜보며 盧씨가 정말로 구속될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검찰도 앞으로는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독립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

0...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터미널 대합실의 경우, 여기저기 흩어져 버스를 기다리던 2백여명의 승객들이 盧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의 수사방향등에 대해 의견을 서로 교환하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

지방출장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朴在榮씨(31.회사원.서울 동대문구 이문동)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제계가 어느 정도 타격을 입는 등 후유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수사가 졸속처리 되서는 안된다"면서 "다시는 이처럼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속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

0...여의도 증권가에는 15일의 경우 盧씨 재소환으로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반면 이날은 구속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이미 `재소환은 곧 구속'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던 탓인지 예상만큼의 동요는 없었다.

그러나 객장의 증권사 직원과 투자가들은 전광판을 통해 연일 하락행진을 거듭해온 주식시세를 보며 축 늘어진 분위기.

증권 관계자들은 盧씨 구속 이후에도 일부 재벌총수에 대한 소환과 사법처리가 뒤따를 것이며 이에따라 관련사 주식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향후 검찰 수사방향에 온 신경을 쏟으며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

H증권사의 朴鍾禹씨(29)는 "비자금 파동이 없었다면 지금쯤 1천1백 포인트 정도는 돼 있어야 할 종합주가지수가 지금 떨어질 대로 떨어져 9백30대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특히 朴啓東의원의 폭로 이후 8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만큼 비자금사건은 YS정부 출범 이후 정치,사회 이슈로는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0...내외국인의 왕래로 붐비는 김포공항 청사의 경우 탑승시간을 기다리거나 마중 나온 시민들은 盧씨 구속사실이 청사내 TV를 통해 나오자 TV주위로 몰려들어 관심을 보이면서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표정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특히 국제선 청사의 경우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외국인들도 덩달아 TV 주위로 다가와 내용을 아는 외국인들끼리 수근거리는 모습이었으나 일부 외국인들은 도저히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0...중.상류층이 밀집된 여의도 아파트촌 주민들 역시 "당연하다"며 매몰찬 반응을 보이면서도 막상 구속됐다는 보도에는 "어차피 만천하에 알려질 걸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동정심을 표하는 일부 주민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주민 金鍾哲씨(35)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사실에 일부 국민들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이같은 결과를 낳은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0...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본부가 있는 서울 안암동 고려大 캠퍼스에서는 盧씨 구속사실이 알려진후 盧씨의 향후 거취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5.18 사태의 책임자인 두 前대통령 처벌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총련은 盧씨가 구속된후 긴급 임시 집행부 회의를 열어 오는 20일부터 가동키로 한 `全.盧 체포결사대'의 운용계획 등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

李勝範 한총련 문화국 부국장(25)은 "현정권은 盧씨를 구속, 비자금 문제를 부각시켜 5.18특별법 제정 문제를 여론의 관심밖에 두려고 하고 있다"며 盧씨가 구속된 만큼 향후의 투쟁방향을 5.18 특별법 제정에 두고 학내외 선전전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

0...서울 종로 3가 탑골공원에서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상초유의 뉴스를 접한 많은 노인들은 盧씨가 대통령의 직위를 남용, 엄청난 부정축재를 했다며 盧씨를 한목소리로 비난.

곳곳에서 "盧씨의 사리사욕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져 나왔고 지난 87년 대선당시 盧씨에 표를 던졌다는 어떤 노인은 "내가 어리석었다"며 자신을 질책하기도.

전직 공무원출신이라는 金正洙노인(72.서울 영등포구 노량진2동)은 "盧씨를 법대로 처벌하는 것은 국민적인 바람"이라며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盧씨 구속을 계기로 모든 정치인들의 비리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

0...盧씨 구속소식이 알려진 직후 대학가는 盧씨 구속만으로 이번 사건이 마무리돼서는 안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

학생들은 교내 방송을 통해 盧씨 구속소식이 흘러나오자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며 삼삼오오 모여 향후 수사방향에 나름대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李상훈군(22.연대 사학과 4)은 " 盧씨의 비자금 파문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데 검찰 수사는 지나치게 개인의 부정축재로 모는 경향이 있다"면서 "盧씨의 구속은 당연하지만 이를 盧씨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경우 우리사회의 근본적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

0...이날 오후 2시께 서울역 대합실 TV 앞에는 盧前대통령에 대한 영장이 청구됐다는 방송이 나오자 기차를 기다리던 2백여명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춘채 TV 앞에 몰려들어 북새통.

이들은 TV에 나오는 영장 기재사항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혐의내용 가운데 盧씨가 진해 해군기지 건설을 대우에 허가해주면서 수백억원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듣고는 "국가안보 시설을 이용하면서까지 축재를 했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한마디씩.

광주행 기차를 타러나온 任喜子씨(30. 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게 마련"이라며 "기소되기전까지 대선자금 등의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철저한 보강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

0...이날 서울 중구 명동 등 주요 상가 주변에서도 회사원 등이 盧泰愚전대통령의 구속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한동안 멈춰서 있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

롯데백화점 본점 7층 전자매장에는 대형 TV앞에 쇼핑객 1백여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보행이 불편을 겪을 정도.

사람들이 좀체 자리를 뜨지 않자 백화점 직원들도 시청자(?)를 위해 방송 3사 채널을 모두 켜놓고 일손을 놓은채 질서유지에 부심.

이 매장에서 근무하는 金모양(19)은 "비자금 사건으로 손님도 줄었고 별로 일할 마음도 내키지 않는다"며 "한달 내내 일해야 몇십만원 받는 우리들로서는 도저히 축재규모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푸념.

0...서울대 교직원과 학생들은 이날 盧씨가 서울구치소로 구속수감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느낌과 앞으로의 정계 개편 등 초래될 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

이날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盧씨 구속 사실을 전해듣고 도서관 매점으로 내려온 국문학과 박사과정 鄭丙說씨(29)는 친구들과 만나 "속이 후련하다"며 아주 시원하다는 반응.

마주앉은 같은 과 친구 方旻昊씨(29)는 "그동안 호화로운 생활을 즐겨오던 盧씨가 1.1평의 감방에서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겠느냐"면서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도 든다"고 한마디.

또 같은 과 시간강사인 具本基씨(35)는 "이번 비자금 사건의 파문이 앞으로는 정계와 재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지역별 여론도 상당히 변해가고 있는 만큼 내년 총선과 대선 향방이 궁금하다"며 나름대로 전망을 펴보기도.

0...서울 동대문시장내 상가 주인들과 종로 5-6가 약국 직원들도 16일 오후 모두 일손을 놓은채 盧泰愚 前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모습을 TV를 통해지켜보며 관심을 표명.

특히 시민들이 최초의 전직 대통령 구속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TV앞에 몰린 탓인지 이날 오후 동대문시장과 종로 일대는 인적이 뜸해 한산한 분위기까지 연출.

종로5가 모약국 약사 孫東河씨(49)는 "손님 등 많은 주변사람들이 구속도 연출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구속을 계기로 모든 비리를 명확히 밝혀내고 부정축재로 모은 盧씨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

한편 동대문시장 상인들과 물건을 사러나온 시민들 사이에서는 "다시는 없어야할 불행한 일"이라는 탄식어린 목소리를 비롯, "우리같은 서민들의 희망을 짓밟은 盧씨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등 격앙된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 기도.

커텐을 사러나온 吳愛利씨(31.주부)는 "이번 사건이 한개인의 비리확인 차원이 아니라 올바른 정치풍토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활용돼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5.18 문제부터 되집어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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