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SBS 「옥이 이모」 제작진의 새로운 고민

1995. 6. 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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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인기돌풍으로 당초 구상 전면수정 불가피

(서울=연합(聯合)) 李熙鎔기자= SBS TV 주말극장 「옥이 이모」의 제작진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한창 `잘 나가는' 프로그램인데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작가 김운경씨와 연출자 성준기 PD의 고민은 정말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현재 「옥이 이모」는 아역들의 천연덕스런 연기와 조연들의 빛나는 활약, 감칠맛나는 경상도 사투리 대사,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60년대 시골풍경 등으로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부산 대구 등에서의 인기는 선풍적이어서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거리가 한산할 정도.

애초 구상대로 한다면 다음달 초쯤 아역들이 등장하고 있는 60년대가 끝나고 80년대 초로 들어서야 한다. 늠름한 육군장교가 된 주인공 상구가 옥이 이모의 행적을 더듬기 위해 고향을 찾았을 때 재지기 아들 종호는 읍내 도살장에서 소잡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학교 가기 싫어 늘 말썽을 피우던 술집아들 복태는 상습도박죄로 교도소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중반부의 상황이다.

그러나 아역들의 인기가 워낙 높기 때문에 성인연기자들이 이 인기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제작진들의 공통된 우려다. 그래서 내친 김에 드라마가 끝나는 연말까지 아예 아역들로만 끌고 나가자는 의견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아역들의 깜찍한 연기로 초반 돌풍을 몰고왔다가 성인연기자의 등장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MBC 사극 <야망>을 떠올리면 제작진들의 이같은 고민도 이해할 만하다. 80년대 시청자들의 누선을 자극했던 <갓난이>도 마찬가지 사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제작진은 전체 68회 중 60회 정도를 현재의 배역으로 끌고 간 다음 마지막 5∼10회에 성인연기자를 등장시켜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드라마 시작 당시 최재성을 종호의 성인배역으로 정해놓았으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최재성의 캐스팅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

그러나 아역들의 인기몰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배역을 그대로 끌고나가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한 여인의 일대기이자 소년의 성장드라마라는 애초의 설정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물론 줄거리가 없이 에피소드 위주로 나갈 가능성이 짙기 때문에 자칫 드라마가 가벼워질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

작가 김운경씨는 "처음의 구상과 달라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시청률에 연연해 작품성을 훼손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 "아이들로만 끌고 가더라도 옥이 이모가 시집 간 이후 많은 변화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를 지켜보는 소년의 시선 변화를 통해 잃어버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겠다는 기획의도는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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