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評> MBC 베스트극장 <달수의 재판>

1995. 6. 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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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와 유익성 함께 담은 수작

(서울=연합(聯合)) 李熙鎔기자= `재미와 유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다소 상투적인 명제는 TV드라마 연출자들에게 `화두'가 돼있다. 그러나 두마리 토끼가 항상 다른 방향으로만 달아나는 탓인지 이 명제를 제대로 실천한 드라마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러한 현상은 단막극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으로 필요 이상 진지해짐으로써 시청자의 눈길에서 멀어지든가, `재미를 주려면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코믹 터치로 일관해 시청자의 쓴웃음을 자아내든가 둘중의 하나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베스트극장 제1백83화 <달수의 재판>(극본 김선영, 연출 오현창)은 재미와 유익성이 결코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이야기는 평범한 소시민인 달수가 출근길에 차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해자가 배상해준다고 해놓고 나중에 행방을 감추자 주인공 달수는 배상 받을 길이 없어 법에 호소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법 절차와 비현실적인 판결 내용으로 상처만 입는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잘못하면 딱딱하게 흐를 수 있는 법정 주변 이야기를 쉽게 풀어간 작가의 역량이 돋보였고 꽉 짜여진 구성과 탄탄한 화면전개도 칭찬할 만하다.

여기에 주인공역의 강남길과 여판사역의 김동수, 술집주인역의 김애경 등 출연진들의 빛나는 연기가 시종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했다. 또 변호사로 등장한 실제 변호사 홍승기씨의 서툰 것 같으면서 자연스런 연기도 눈길을 끌었는데 극중에서 일반 소송인을 제치고 먼저 심리를 받는 법정 관행을 보여주면서 "바쁘니까 당연하다"는 주인공의 대사로 처리한 것도 리얼리티를 더했다.

<달수의 재판>이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긴 드라마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권선징악'식의 해피엔딩으로 어설픈 화해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우리 TV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옳은' 행동은 `정당한' 보상을 받는 형태로 마무리지어지게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보기좋게 깨버리고 마지막까지 `정의롭고 착한' 주인공을 괴롭혔다.

천신만고 끝에 받아낸 승소판결문이 실효성이 없는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는 것을 깨닫고 허탈해하는 주인공에게 주차단속 공무원마저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며 "억울하면 이의신청을 하라"고 `마무리 펀치'를 날린 것.

이는 일부 민감한 법조인들의 경우 기분이 상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도 통쾌한, `반전 아닌 반전'으로 드라마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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