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시체안치소로 변한 고베市 고교(高校)

1995. 1. 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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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神戶) 로이터=연합(聯合))지진 희생자들의 시신 6백여구가 안치돼 고베(神戶)市 최대규모의 임시 시체 보관소로 변해버린 한 고등학교 건물에는 21일 화를 면한 이재민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고베시 동부에 위치한 무라노 공업고등학교는 희생자들의 시신을 담은 나무관과 난민들로 이미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

이때문에 상당수 시신들이 일본 전통 의식에 따라 과일과 조화로 덮힌채 옥외의 행사용 대형 방수천막 아래 보관돼 있다.

경찰과 市,軍관계자들은 영하에 가까운 차가운 바깥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패를 막기위해 시신에 드라이 아이스를 채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4천5백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이 발생한지도 벌써 나흘이 지나면서 시체가 부패하기 시작해 위생문제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지진에 희생된 68세의 노모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인근 가코가와(加古川)市에서 동생과 함께 고베를 찾은 나카모토 도시히로씨(30)는 "우리는 이번 지진에 몹시 당황했다"면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노모를 제외하곤 모두 살아남았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 장례를 마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진으로 도로가 파손돼 시신 처리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의사인 야마무라 마사히로씨(34)는 "보통때는 무라노에서 시체를 화장하는데 20분 정도밖에 안걸리지만 지진피해로 지금은 1시간 이상 걸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화 불통사태도 장례를 지연시키는 한가지 요인이 되고 있다.

야마무라씨는 "현재 전화가 없기 때문에 친척의 장례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우리 사무실까지 직접 와야하는 실정이며 다른 장의 대행소들도 대부분 지진에 피해를 입어 일손을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라노 공고(工高)에는 주로 나이 많은 이재민 수백명이 모여 불안하게 신문을 보거나 과자를 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지척에는 얼마전만 해도 이웃이었던 사람들의 주검이 널려있다.

이때문에 기분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모무라 게이이치로씨(90)는 "마땅히 갈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집은 그대로 서있지만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고 대답했다.

야마다 준코(76)라는 노파는 "나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집은 물론 내게 있던 모든것이 타버렸다"면서 "거의 알몸뚱이로 대피했기 때문에 지금 입은 옷도 누군가가 준것"이라고 말했다.

시모무라 노인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에 접한 이날 또 무슨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곳 라디오 방송은 동경(東京) 기상당국 예보를 인용, 이날 하루 고베시에 최고 5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때문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산사태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모무라 노인은 "당장 머리를 가릴것도 없어서 비가오면 홀딱 젖게될 것"이라며 탄식했다. 그는 또 "학교가 개학하면 어디로 가단 말이냐"면서 "시와 정부 관리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일본 경찰은 이날 현재 4천6백여명이 사망하고 5백여명이 실종, 2만4천6백여명이 부상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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