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特輯)>세계의 농산물이 몰려온다(7)

1995. 1. 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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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농업의 상징 쇠고기산업

싼 고기 수입,비싼고기 수출

국내가격 1/3,경쟁력 막강해

(덴버=연합(聯合)) 李雨聲기자=미국의 쇠고기 산업은 미국 농업의 상징이자 핵심이다.

미국이 집요하게 우리나라와 쇠고기 협상을 벌이면서 조금이라도 더 팔려고 애 쓰는 이유가 이같은 농업구조 때문인 것이다.

광활한 땅과 값싸고 풍부한 사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쇠고기는 맛과 품질에서도 세계적인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미국소는 호주 등 다른 나라의 소와는 달리 도축하기 수개월전에 풀대신 옥수수 등 곡물을 먹이기 때문에 육질이 어느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대륙 이민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미국의 소사육은 미국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농업생산액은 지난 92년 1천7백3억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축산부문이 절반을 넘는 8백60억달러였고 비육우는 3백79억달러로 전체 농업생산액의 22.3%에 달했다.

미국의 쇠고기산업이 농산물가운데 곡물이나 과일을 제치고 소득부문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젖소를 합해 94년 1월현재 1억1백74만9천마리로 2억5천만명의 미국인구 2명당 1마리의 비율이다.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지난 75년 1억3천2백3만마리로 사상최고를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어 89년 9천8백6만마리로 최저에 달했으나 그후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

사육두수의 완만한 증가와는 달리 생산농가, 목장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쇠고기를 생산하는 비육우목장의 경우 86년 1백48만8천개에서 92년 90만8천개로 약 39%가 감소했다. 이는 생산농가와 목장의 대형화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은 생산한 쇠고기의 7-8%를 수출하고 있는 세계3위의 쇠고기 수출국이면서 소비량의 15%(세계쇠고기수출량의 33%)를 수입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쇠고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이면서 목축지역인 콜로라도州.

우리나라의 신의주와 위도가 비슷하며 해발 1천6백여m의 고산지대면서도 한겨울의 날씨가 낮에는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온화한 날씨를 유지하고 있다.

서쪽으로 눈덮인 로키산맥이 길다랗게 펼쳐진 이곳의 드넓은 고원지대에는 소떼들이 대규모로 방목되는 장면이 곳곳에 눈에 띄고 있다.

콜로라도주의 소사육규모는 텍사스, 네브래스카, 캔자스보다는 작지만 우리나라에 301조의 발동을 요구한 전미(全美)육우협회(NCA), 쇠고기수출협회(MEF) 등의 축산관련단체와 소 혈통보존협회, 인공수정회사, 종축목장, 대규모 도축장 등이 몰려있어 미국 쇠고기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쇠고기 브랜드로 익숙하며 한국에도 상당물량을 수출하고 있는 몽포드社의 대형 비육우목장과 도축.가공공장을 방문했다.

콜로라도주 최대의 도축 및 가공회사인 몽포드社는 연평균 80만마리의 소와 1천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며 5개의 도축.가공공장에서 하루에 1만8천두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간 매출액 65억달러(약 5조2천억원)에 종업원이 1만1천명.

물론 미국에는 몽포드보다 규모가 크거나 비슷한 IBP, 엑셀, 스위프트 등의 도축.가공업자가 있으며 IBP의 경우 하루평균 3만6천마리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선 덴버에서 3백여㎞떨어진 그릴리市근처의 쿠너 비육우목장을 찾았다.

미국의 쇠고기 생산구조는 송아지를 생산.사육하는 송아지번식농가(COW CALF OPERATOR), 번식.육성된 소를 사들여 비육우로 키우는 비육우목장(FEED LOT), 비육우를 도축해 부위별로 절단.포장해 도매상에 공급하는 패커(PACKER) 등으로 나뉜다.

이곳 비육우목장은 부지가 1백35만평으로 여의도 면적보다 넓으며 10만마리의 소를 비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현재 8만여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말을 타고 소를 모는 19명의 카우보이를 비롯 1백50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으며 알팔파, 옥수수, 목초 등으로 사육하고 있다.

하루에 투입되는 사료가 약 90만㎏으로 소 한마리가 약 10-15㎏을 먹어치우고 있다.

비육우목장에서는 약 3백㎏짜리(12-14개월령)의 소를 사들여 90-1백40일간 비육한 후 중량이 4백-6백㎏이 되면 패커에 공급한다.

비육우의 가격은 마리당 약 7백-8백달러정도로 약 2천8백70달러(94년 평균가격 약 2백30만원)인 국내소값의 3분의 1도 못된다.

미국에는 이같은 비육우목장이 약 4만6천개에 달하며 이중 8천마리 이상 비육이 가능한 곳은 약 3백49개소로 이곳에서 곡물비육우의 약 70%를 출하하고 있다.

비육된 소는 다시 트럭이나 열차에 실려 도축.가공공장인 패커로 옮겨지며 패커에서는 계류장에 소를 몰아 넣은 뒤 순서에 따라 전기총으로 소를 도살한 후 내장 등 부산물을 제거한다.

뼈에서 살을 바르는 발골작업을 제외하고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는 도축 및 가공과정에서 연방정부 검사원이 위생상태를 검사하며 검사가 끝난 소는 다시 24시간 숙성시킨 후 도축장의 등급판정원이 등급을 매긴다.

몽포드社는 모두 5곳에 이같은 도축 및 가공공장을 갖고 있으며 쿠너 비육우 목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릴리 공장 한곳에서만 5천마리를 도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하루 도축능력 2천7백마리의 2배에 가까운 것이다.

그릴리 가공공장 내부에서는 흰가운에 헬멧을 쓴 수백명의 인부들이 컨베이어 벨트로 돌아가고 있는 소의 도체(屠體)에서 부산물을 제거하는가 하면 뼈에서 살을 바르는데 눈코 뜰새없었으며 피와 찌꺼기를 걸러내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완비돼 바닥은 깨끗하기 이를데 없었다.

도축장의 안내를 맡은 몽포드社 그릴리패커의 랏폴라 새브제바리 수출담당이사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쇠고기는 특수 진공포장을 하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90일까지보장되며 일반적으로 70일이내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냉동된 쇠고기를 수입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설에서 쇠고기를 냉동시키고 있으며 냉동된 쇠고기는 고기의 결이 파괴돼 맛이 떨어진다면서 한국도 일본과 같이 냉장쇠고기를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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