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페스트 불안감 확산

1994. 9. 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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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국.보건소에 페스트 문의전화 크게 늘어

항생제, 쥐약을 미리 확보하려는 시민들도 급증

각급 학교,기업체에서도 홍보및 예방교육 강화

(서울=연합(聯合)) 인도에서 발생해 최근 중국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페스트가 우리나라에도 곧 상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면서 국내에서도 페스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페스트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전염병이라는 점 때문인지 시내 각급 병원,보건소,약국등에는 페스트의 증상, 치사율, 예방법 등을 묻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페스트 감염시 온몸에 고열이 나고 설사가 나는등 초기증상이 감기.설사와 비슷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감기나 몸살 환자들 가운데는 자신이 페스트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어 정부 당국의 페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홍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한양대 부속병원의 경우 29일 하루동안에만 호흡기 내과 및 일반 내과에 20여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왔으며 이중 10여명은 자신이 페스트를 앓고 있는 것같다면서 정밀검진을 요구해 단순 내과 질환으로 판정을 받고 되돌아갔다고 이 병원측의 관계자는 밝혔다.

이 병원 호흡기 내과 尹호주교수(35)는 "29일 하루 동안 감기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 여러명이 찾아와 혹시 페스트의 증상을 문의한뒤 자신이 앓고 있는 증세가 페스트가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러나 솔직히 대부분의 의사들이 페스트에 대한 임상경험을 갖고 있지 않아 정확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페스트가 국내에 상륙할 경우 쥐나 벼룩등을 통해 급속한 속도로 전염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시내 각 약국마다 페스트의 항생제는 물론 소독약과 쥐약,바퀴벌레약 등을 구하려는 시민들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관악구 B약국 약사 金모씨(37)는 이날 "위생상태가 불량한 저소득층 시민들이 몰려 사는 지역이라서 그런지 어제 하루동안에만 10여명의 주민들이 쥐약을 사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페스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각 기업체나 학교가 조회시간등을 이용, 페스트에 대한 홍보및 예방등을 강화하고 있으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동국교와 마포구 공덕동 공덕국교가 지난 28일 직원조회시간과 학생조회시간에 각각 페스트 예방 교육을 실시한 것을 비롯, 시내 각급 학교등이 조회시간이나 가정통신문을 통해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영동국교 成壽根교사(46)는 "페스트가 당장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이를 계기로 학생들에게 전염병 예방대책을 숙지시키고 매사에 청결한 생활태도를 갖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국교 李姬載교감(63.여)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페스트가 감염됐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차원에서 1일 전체학생 조회시간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훈화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페스트가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다방이나 극장을 찾는 것을 기피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S다방의 주인 朴모씨(38.여)는 "이제까지 남의 나라 질병으로만 알고 있었던 페스트의 무서움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아직까지 영업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만일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손님이 줄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극장관계자들도 "유행성 독감이 한창일때도 관객수가 감소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하물며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공포의 질병인 페스트가 우리나라에 상륙한다면 아마 관객의 발길이 크게 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서울 동작구청과 관악구청의 경우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당초 10,11월중 실시하려던 쓰레기 적환장과 위생상태가 불량한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대한 방역 소독작업을 앞당겨 실시했으며,10월중 각 가정에 쥐약을 무료로 나눠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동작구청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아직 주민들의 페스트에 대한 전화문의가 그리 많지는 않은 상태"라며 "구청에서는 매월 방역소독작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페스트 전염을 막기 위해 쥐가 많이 서식하는 쓰레기 적환장과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축용 방역 살충제를 생산, 관공서나 가축병원등에 납품하거나 시판하고 있는 일부 제약회사들도 이같은 페스트 공포증이 확산되면서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로 쥐,빈대등을 죽이는 라코민이라는 약품을 생산,가축병원 등에 납품해온 바이엘 화학과 `수퍼벤'이라는 방역용 살충제를 제조하는 청주의 국보제약측은 페스트 보도 이후 이같은 약품의 수요가 아직 늘고 있지만 않지만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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