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生에 감금됐던 30대 14시간여만에 사망(종합)

1994. 8. 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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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경찰 프락치 오인.학생회실에 감금부검결과 `피하출혈(멍) 쇼크사'로 판명

경찰,관련학생 소환.정확한 사인 규명키로

(서울=연합(聯合)) 고려대내에서 학생들로부터 프락치로 몰려 4시간 동안 감금당했던 30대 남자가 풀려난 지 14시간여만에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서울 성북경찰서와 고려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낮 12시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내 학생회관에서 `김일성주의 청년동맹 사건'과 관련, 항의농성중이던 학생들이 농성장 주위를 배회하던 田貴熙씨(38.리어커행상.서울 도봉구 창3동 519의 16)를 경찰 프락치로 간주,경제학과 학생회실에 감금한 뒤 오후 4시께까지 주민등록증과 수첩 등을 빼앗고 자술서를 받으면서 추궁했다는 것이다.

田씨는 그러나 별다른 의심점이 발견되지 않자 학생들로부터 풀려난 뒤 이 학교 정경대 후문앞 안암약국 길위에 쓰러져 신음을 하고 있는 것을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암5가 파출소 신종철경장에 의해 오후 5시10분께 동부시립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인 5일 오전 6시30분께 갑자기 숨졌다는 것.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田씨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 ▲ 외부의 힘으로 인해 등에 30㎝ 가량,또 뒷목과 양쪽팔에 각각 피하출혈(멍)이 있었으며 ▲ 왼쪽 머리에 봉합한 흔적이 있는 사실을 밝혀내고 일단 `외력에 의한 피하출혈(과다) 쇼크사'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田씨를 치료했던 동부시립병원 행려병실 의사 柳雲晳씨(29)는 "田씨가 도착했을 당시 머리가 두 군데 찢어지고 어깨 등에 약간의 타박상은 발견됐으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구타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입원 당시 술에 많이 취해 있었으나 병실을 걸어다녔으며 숨지기 1시간 전에도 `물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성북경찰서 金洪權서장은 "국과수의 1차 부검결과,장파열이나 내출혈등이 없는 점에 비춰 폭행을 직접적인 사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피하출혈 등 폭행흔적이 있는 점을 감안해 폭행용의자들을 상대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따라 田씨의 죽음이 폭행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가리기위해 관련 학생들을 소환, 조사키로 하는 한편 주민에 발견되기 직전 주민 또는 인근 불량배들과의 싸움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위해 탐문수사를 펴고있다.

경찰은 숨진 田씨가 입고있던 바지주머니에서 청량리역내 무인보관함 열쇠를 발견, 보관함을 열어본 결과 옷가지와 예금통장 3개외에 한총련.서총련 관련 유인물 10여장이 들어있는 검은색 가방 2개가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田씨가 서울지역 노점상연합회와 대학생간 연합시위가 자주 벌어졌던 92년도부터 교내에 나타나 시위대앞에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구내식당 관계자의 진술에 따라 가방속에서 발견된 유인물이 당시 입수된 것으로 보고 입수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한편 지난 4일 정오께 田씨를 학생회관 식당에서 발견,경제학과 학생회실로 데려갔던 총학생회 학생복지위원장 鄭然喆씨(25.심리학3)는 6일 밤 교내 총학생회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田씨를 상대로 후배 2명과 함께 조사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항하는 田씨를 밀치는 과정에서 신체접촉만 있었을 뿐 田씨를 때린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 田씨가 밀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이를 씻어준 뒤 옷을 갈아입혀 학교밖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鄭씨는 "경찰이 소환할 경우 당시 경제학과 사무실에 함께 있었던 후배학생 5명과 함께 언제든지 출두해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와관련,"농성중이던 학생들이 농성장을 배회하던 田씨를 붙잡아 수첩을 빼앗아 본 결과, 청와대,서울경찰청 간부,서울지검 洪모검사 등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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