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이제 엄청난 폭염재해(災害)로

1994. 7.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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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聯合)) 장마철에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 죽어가고 낮더위에다 열대야로 생체리듬이 깨어져 정상적인 생활은 고사하고 생명까지 잃는 등 올 여름 혹서는 이제 재해의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당분간 불볕 더위와 함께 가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재산 피해도 엄청나게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낮 강릉에서의 최고기온 39.3도를 비롯 대구에서 38.7도, 전주에서 38도 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대부분 지방에서 올 여름 기록을갱신했으며 불쾌지수가 보통 85를 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창원시교육청이 학생들의 방학을 3일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 광주, 전주, 대구 등지에서도 20일을 전후로 방학에 들어가기로 하는 한편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수업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大邱)시내 병.의원 피부과, 내과, 소아과에는 심한 땀띠를 호소하는 더위 환자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열경련, 열허탈, 일사병증세를 보이는 환자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영남대병원에는 金모씨(37.대구시 서구 비산7동)가 일사병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金씨는 12일 자신이 다니는 섬유공장에서 일을 하다 고열증세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姜모씨(64.경북 칠곡군 왜관읍)는 11일 낮 12시께 성주(星州)에서 도로포장공사 일을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동산의료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나 역시 중태다.

이와 함께 경북대병원 등 시내 종합병원에는 호흡기 질환, 감기, 두통, 생리통 등 냉방병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도 하루 20-30명씩 찾아와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의사들은 "일사병은 신체의 열 조절기능이 마비되는 증세로 치사율이 60-70%에 달하는 무서운 병"이라고 경고하고 "직사광선을 장시간 쬐는 것을 피하고 충분한휴식을 취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점을 고려, 이온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나주(羅州) 봉황면 N종계장에서는 최근 일주일 사이 1만여마리중 5백여마리의 종계가 무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으며 산란도 하루 5천개-5천5백개에서 3천8백개로 뚝 떨어졌다.

또 금천면 I농장은 80마리의 젖소에서 1일 8백30㎏의 젓을 짜냈었으나 최근에는 집유량이 7백30㎏정도로 감소하고 있으며 양돈농가에서도 돼지가 하루 살찌는 양인 1일 증체량이 6백g에서 5백g으로 1백g 정도 떨어지는 등 피해가 늘고 있다.

경북(慶北)도내에서는 더위로 닭 1만5천여 마리와 돼지 4백여 마리가 죽는 등 4억여원의 가축피해가 났다.

12일 오후 상주(尙州)시 興德동 千명석씨(52)가 사육하고 있는 돼지 1백마리 가운데 어미돼지 10마리와 새끼돼지 75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지난 9일부터 13일 폭염으로 도내에서 젖소 19마리와 닭 1만5천마리, 돼지 4백13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젖소의 젖 생산량도 평소보다 10-15% 감소되고 양계의 산란율도 20% 가량 떨어지고 재래식 시설에서 사육하는 육계의 폐사율도 평소와 비교해 20% 가량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 제한급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전북(全北) 沃溝군 군내 16개 섬 가운데 지하수가 개발된 선유도와 어청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섬지방에서는 식수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군은 앞으로 1주일 안에 가뭄이 해갈될 수 있는 흡족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15t 규모의 급수선을 동원해 섬지방에 식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가마솥 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대구에서는 지하철 공사등 대규모 건설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지하철건설본부는 외부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면 지하 10m 이내 공사장에서는 40도를 넘어 정상적인 작업이 힘들고 특히 콘크리트 타설작업장의 경우 섭씨 35도 이상에서는 양생이 불가능해 새벽에 시공하고 있다.

또 時至지구등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장도 대낮 공사는 완전 중단상태로 공사 추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대구(大邱)시 壽城구 泛魚동 동양투자신탁 신축공사장에서도 작업률이 평소 60%선으로 떨어지는등 시내 건설공사 현장마다 능률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공사장이 낮 시간대에는 아예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전남(全南)들녘에서는 가는 곳마다 농민들이 양수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고 일부 벼논은 그나마 양수할 물조차 찾지 못해 논바닥이 갈라지고 벼가 타 들어가고 있다.

도내에서는 이날 현재 4천6백78㏊의 벼논이 말라 이중 3천9백73㏊에 대해서는 양수작업을 실시했으나 7백5㏊는 품어 넣을 물조차 없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靈岩군 학산면과 고흥(高興)군 과역면등 벼논 35㏊는 논바닥이 심하게 균열현상을 보여 타들어가고 있고 일부 간척지 벼논의 경우 염해(鹽害)가 나타나고 있다.

도내 저수지의 저수율은 37%로 예년 같은 시기의 66%에 비해 29%포인트나 떨어졌으며 4대호도 장성호 46%, 나주호 33%, 담양호 36%, 광주호 42% 등이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 10일 이내에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올해 벼농사에 상당한 감수가 우려된다며 벼논의 경우 50㎜, 밭작물은 10㎜이상의 비만 내려도 타들어가는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전국적인 폭염과 함께 가뭄이 계속되자 벼와 밭작물, 과수, 가축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했다.

농진청은 마른 논에는 물을 대주며 질소웃거름을 주지 말고 도열병 발생이 우려되므로 방제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또 콩,옥수수,참깨,땅콩,고구마 등의 밭작물은 가능한 물주기를 하고 물주기가 불가능한 지역은 김매기 겸 토양을 얕게 긁어준 뒤 낙엽, 보리짚을 덮어 수분증발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또 축사는 가축의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시설을 해주고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사료의 질도 높여 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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