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중국은 북한의 외부통로"

1994. 7. 7. 09: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연합(聯合)) 이선근 특파원=북한에게 중국은 세계로 통하는 창이나 다름없으며 북한의 정치,경제적 변화는 중국과의 국경지역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가 6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과 접하고 있는 두만강 유역 중국 국경도시 도문(圖們)발 기사에서 두나라간 국영무역과 교류현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신문은 또 북한 정권의 특성상 적극적 대외개방 조치를 취해나갈 가능성은 적지만 북한 지도부는 경제난으로 체제가 위협받고있다는 사실과 따라서 모종의 변화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북한에게 중국은 세계로 통하는 窓'이라는 제하의 이 기사요약.

<한국 관광객들은 두만강가에서 북한지역을 흐린눈으로 바라보며 탄식에 잠기곤 한다. 망원경으로는 북한접경 남양(南陽)역에 높이 내걸린 金日成초상화가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지근거리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순례여행이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북한은 외부 세계에 대해 폐쇄적이고 적대적이지만 중국에게만은 문이 열려있 다.

5백20여km에 달하는 중국-북한간 접경에는 평화로운 관계가 유지돼오고 있다.이지역 중국쪽 주민의 3분의2는 조선족이며 이들 대다수가 북한에 친척을 두고있다.

접경지역 조선족들의 북한방문은 문제없이 허가받을수 있으며 북한쪽 주민들도 이들을 환영한다.부족한 생필품 해결에 도움을 받을수 있기때문이다.

도문(圖們)지역 두만강 국경 세관에서 만난 조선족 李여인은 쌀과 식용유,소주등 생필품으로 가득찬 꾸러미속에 파묻혀있었다.여러차례 마음난 먹다가 이번에 처음 북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려는 길이라고 한다.국경지역 조선족들은 이들이 소지하고있는 특별한 신분증만으로도 얼마든지 국경을 무사통과할수 있다.

북한주민에게 있어 중국 나들이는 다른 세계로 나오는 것과 같다. 이들은 궁금증을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내 친지들의 설명을 통해 혹은 북한내에서는 보지도 못한 물건들이나 TV 프로그램,뉴스들을 통해 다른나라 소식들을 많이 접하게된다.

북한에게 있어 더이상 사회주의적이 아닌 중국은 세계로 향한 창역할을 하는것이다.

도문(圖們)은 두나라를 잇는 6개 국경통과로중 가장 크고 국경무역을 통한 물동량도 많다.작년의 경우 3억달러상당의 물품이 오갔으며 이는 90년보다 10배 늘어난 것이라는 것이 북한측 정부무역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는 교역량이 약간 줄어들었다.핵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상황에 덧붙여 북한의 원유난,흉작이 원인이라고 한다.

북측 국경무역 관계자는 앞으로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열리고 긴장이 완화되면 교역고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핵문제로 대북제재가 실행에 옮겨졌을 경우 이 두만강을 사이에둔 교역도 타격을 받았을 것이고 외국인 투자도 끊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무역을 통해 중국은 석유와 생필품,섬유,전기기구,화학제품등을 북한에 수출한다.북한측은 주로 동구권에서 들여온 금속,자동차,비료등을 다시 중국에 내다판다.중국 국경지역에는 외국과의 교역이 상대적으로 어렵기때문에 코메콘국가들과 아직 끈이 닿고있는 북한을 통해 들어오는 동구권 제품들을 선호한다. 주로 물물교환이나 구상무역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

가장 좋은 거래품목은 자동차다.도문(圖們)지역에서 운행되는 `라다'승용차의 대부분은 북한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작년에만도 7천대가 수입됐다. 이에따라 자동차 밀수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북한내 특권층들이 다수 개입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측 하급관리들은 자신들도 개방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중국으로부터 경제개혁에 대해 배우고있다는 것이다.그러나 20여 북-중 합작사업들의 대부분은 식당에 불과하다.북한출신인 여종업원들의 흰 블라우스에는 여전히 金日成배지가 빛을 발하고 있다.

북한경제는 전망이 분명치않다. 외국자본이 몹시 필요하다.러시아와 중국,북한이 맞닿는 지점에 중국의 예를 본딴 경제특구를 만들어 외국투자와 기업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 나진(羅津)-先峰특구다.

일단 북한에게는 중국의 개혁초반기처럼 경제특구가 투자유치면에서 큰 가능성을 열어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구자본이 북한에 통제불능상태로 마구 들어오는 것을 막고 노동력을 저가에 제공해 수출산업을 키우면서도 나머지 지역은 엄격한 통제가 가능하기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북한 대외무역부부장이 중국 훈춘(王軍 春)특구를 방문,운영방식을 보고가기도 했다.

중국은 이미 15년전부터 특구를 설치,경제개방을 추진해왔다.중국의 개방은 모택동(毛澤東) 사후(死後) 문화혁명을 거쳐 사회에 자유분위기가 퍼진데 따른 것이지만 북한은 권력교체가 없이 김일성 개인지배체제가 계속되어왔고 개방가능성도 적어보인다.

金 스스로도 개혁이 체제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그러나 또한 변화없이는 북한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도 역시 알고있다. 이 변화는 중국과의 국경지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