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캘리포니아, 꿈의 땅에서 실락원으로
(로스앤젤레스 AFP=연합(聯合)) 근심걱정 없고 언제나 태양이 충만한 축복의 땅으로 인식된 캘리포니아州의 이미지가 심각한 경제침체에 겹쳐 지진, 산불, 가뭄, 홍수, 폭동 등 각종 재난이 잇따르는 땅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의 산불로 3백㎢가 넘는 면적이 검은 재로 변하자 "로스앤젤레스의 사계절은 화재, 홍수, 지진, 가뭄"이라는 자탄까지 나왔다. 그러나 각종 재난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그 고유의 태평함을 잃지 않고 있다.
외부인들은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이같은 잇따른 참사에 고개를 가로 흔들고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8일 "폭동, 산불, 홍수, 이번엔 지진. 게다가 경제난. 로스앤젤레스에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불운이 닥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정도.
지난 17일 로스앤젤레스 일원을 뒤흔든 강진으로 깊은 새벽 잠에 빠져 있던 주민들은 집이 무너지고 고속도로가 뒤틀리고 거리가 불과 물로 범벅이 되는 악몽과도 같은 상황 속으로 내던져졌으며 이중 최소한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과 3개월전 라구나비치와 말리부는 산불로 인해 검은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92년 6월에도 지진으로 3백50명이 부상했으며 이 해 4월에는 폭동으로 55명이 사망했다. 이어 93년 2월에는 8년간의 가뭄 끝에 들이닥친 폭우가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앞서 91년에는 산불로 24명이 사망했고 89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지진으로 62명이 숨졌다.
여기에 인재가 겹쳤다. 다수의 대규모 항공제조업체가 본부를 둔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과 경제 침체로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90년 이래 이 `골든 스테이트'(황금(黃金)의 州)에서 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이와 함께 황금과 행운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던 이른바 골드 러시 시절 이래 캘리포니아를 특징지어온 무한한 낙천주의와 자신감도 상당 부분 잘려나갔다.
지난 92년 TV를 통해 방영된 로스앤젤레스 폭동 장면들은 캘리포니아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인들 마음 속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캘리포니아의 이미지를 각인했으며 다음해 30만 명이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지진학자들이 조만간 들이닥칠 것으로 예고하고 있는 "대지진"의 공포가 항상 자리잡고 있다. 학자들은 캘리포니아가 이제까지 겪은 것은 어느 지진보다 훨씬 강력하고 파괴적인 대지진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할리우드에 살고 있는 살리나 소르드라거라는 네덜란드 여인은 "대지진이 닥치기 전에 유럽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시카고 출신의 헨리 터니스피드라는 사람도 이번 지진에 단단히 혼이 나서 귀향을 결심했다며 "TV가 천장에 매달려 춤추는 것을 바라보느니 영하(零下)의 날씨와 싸우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다호州 컬버市에서 온 데비 보이드라는 사람도 "언제나 로스앤젤레스를 사랑했지만 이제 아이다호가 좋다는 생각이 자꾸만 커진다"면서 떠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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