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순창(淳昌) 찹쌀고추장 보존협의회

1991. 10. 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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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14명으로 구성, 순창(淳昌)의 맛 지켜 (순창(淳昌) = 연합(聯合)) 全成鈺기자 = " 얄팍한 상혼에 밀려 순창(淳昌) 고추장 고유의 맛이 변해가는 것이 안타까워 고추장 보존협의회를 만들었지요"

순창(淳昌)군에서 지정한 순창전통찹쌀고추장 보존협의회(회장 金貞順 65) 회원들은 요즘 순창(淳昌)읍 淳化리 보존협의회 사무실 안마당의 가을햇살 그득한 장독대에서 장담그기에 바쁘다.

金점례(72) 文옥례(70)할머니등 고추장 명인인 이들 회원은 모두 14명으로 순창(淳昌) 토박이들이며 한명만이 45세일뿐 나머지 회원은 회갑을 넘긴 억척 할머니들이다.

"순창 고추장이 유명해지니까 외지인들이 순창(淳昌)읍내에 공장을 세우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 광고를 하면서 대량생산을 하다보니 본래 순창 고추장의 맛을 변질시키고 있어요. 순창고추장 특유의 붉은 색깔과 감칠 맛, 알싸한 매운맛은 기계로는 제맛을 내기 어렵고 오로지 재래식 비법을 익힌 손끝에서만 우러납니다."

고추장의 제맛을 내기위해 고무장갑도 끼지 않는다는 이들 회원의 손은 한결같이 거칠어 보이지만 '손맛'만은 일품이라고 金회장은 자랑했다.

순창 고추장 담그기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

8.9월에 주먹크기의 떡메주를 만들어 1개월간 띄우고 이 메주를 가루내 찹쌀과 고추가루, 간장,물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고추장을 담근뒤 6개월간 자연발효시켜야 제맛을 낸다.

그러나 순창 고추장 고유의 맛은 이렇게 단순한 제조과정에 있지 않고 순창의 기후와 물맛, 손맛이 한데 어우러져야 제대로 우러난다.

실례로 순창(淳昌)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타지방에서 똑같은 솜씨로 고추장을 담그면 수질과 기온이 맞지 않아 고유의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순창(淳昌)군 관계자는 할머니 회원들이 손수 만드는 순창전통찹쌀고추장이 다른 고추장과 다른 점을 달리 설명했다.

이들 회원이 담그는 고추장은 ▲찹쌀함량이 40%이며 밀가루가 섞이지 않아 감칠맛이 뛰어나며 ▲햇볕에 말린 고추만 사용하기 때문에 붉은 색이 곱고 ▲떡메주를 띄우는 시기가 여름철이어서 메주곰팡이의 생육이 활발해 단백질 분해효소와 당화효소가 풍부하게 생성돼 맛이 부드럽다.

또 고추장 담그는 시기가 10월부터 이듬해 2월이어서 당화속도와 유산균 번식속도가 느려 신맛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 성분을 분석해 보면 순창전통찹쌀고추장에는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산과 아스파틱산이 다른 제품보다 많이 들어있으며 쓴맛을 내는 이소로이신,히스티딘등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있다.

그러나 순창 찹쌀 고추장은 일일이 손으로 담그기때문에 대량생산을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흠.

향토음식판매장이나 유명백화점, 우편판매등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제품 공급이 달리면 다른 제품이 순창 전통 찹쌀 고추장으로 둔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金회장은 "순창고추장이 조선시대 진상품이어서 성가를 얻고 있으나 공급량이 한정된데다 이익금이 적어 보존협의회가 결성된지 5년이 지나서야 겨우 장독대를 갖춘 사무실을 장만할 수 있었다"며 자금회전이 느린 고추장 제조판매를 위해 관계당국에서 장기저리의 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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