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과 서울시의 장삿속에 놀아났다"

1991. 2. 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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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일원지구 주민들,택지특별공급에 분노 주민들의 차거운 시선,공사현장과 대조적

공영대상 포함안된 72세대 생계마련 요구

"공영개발 이유 쥐꼬리 보상 감수"주장

(서울=연합(聯合))鄭日鎔기자=政.經.官 합작 비리의 전형으로 수서주택지구 특혜분양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강남구 수서.일원동 현지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외지인들에게,그것도 재벌기업과 서울시의 장삿속에 빼앗겼다는 울분에 가득 차 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논밭은 아파트 기초공사를 위해 시커먼 토사로 채워지고 낮으막 하면서도 완만하게 마을을 감싸고 돌던 대모산도 중턱이 잘린 채 골재 채취장으로 변해 삭막하기 그지없는 택지 조성공사 현장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골재를 실은 15톤 대형트럭이 분주히 오가고 아파트 기초공사용 콘크리트 말뚝을 박는 디젤 파일 해머가 연신 검은 연기를 내뿜는가 하면 벌써부터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건설하느라 콘크리트 펌프카가 시멘트 반죽을 내쏟는 공사현장과는 달리 `수서개발지구 대책위원회'가 차려진 10여평 비닐하우스에서는 연탄난로를 가운데에 놓고 정부당국을 비난하는 주민들의 고성이 높아 가고 있었다.

화훼 재배용 비닐하우스,민가 벽등에는 주민들 가슴속의 불만을 대변하는 듯"현 시가대로 보상하라,보상금 현실화 할 때까지 투쟁,공영개발한다면서 특혜분양 웬말이냐"는 구호가 붉은 페인트로 여기저기 휘갈겨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더해주고 있다.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일컬어지는 수서지구 40여만 평의 땅에 펼쳐지고 있는 활기 찬 공사현장과 울분에 찬 주민들의 모습은 이처럼 대조적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88년8월 수서지구 일대 40여만평의 택지 공영개발 방침을 발표하고 지난해 4월부터 주민들과 협상을 벌여 8개월동안의 난항 끝에 평당 임야는 16-30만원,전답 50-1백만원,대지 1백50-1백80만원씩에 전체 4백여세대의 보상을 끝냈다.

이들은 보상을 받은 뒤 대부분 마을을 떠났으나 공영개발 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전답을 갖고 있거나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토박이등 72세대는 이주를 거부한 채 서울시측에 생계대책 마련등을 요구하며 아직도 남아있다.

이들은 서울시측에▲대지(垈地)를 수용당하고 대신 분양받은 택지 70여평에 대한 택지조성비 인하▲생계대책 보장▲철거 시한연장 ▲임시거주 막사 제공등 4개항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택지조성비의 경우,경비를 산출한 결과 평당 85만원이 소요되는 데도 택지조성을 맡고있는 도시개발공사측은 평당 43만여원이 많은 1백48만2천원을 요구,주민들은"싼값에 사들이고 비싸게 파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농사만을 짓다 전답을 수용당해 생계가 막연하므로 아파트 상가 분양권을 제공해 주고,다음달 15일까지로 돼있는 철거시한을 추위가 완전히 끝나는 4월15일까지로 한달간 연기하며,선입주 후철거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주택완공시까지 임시 거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 4백여년동안 대를 이어 살아왔다는 朴오상씨(61)는"주민들의 요구사항은 서울시가 공영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땅장사를 해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며 "시세에 비해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땅을 환수해놓고 이만한 요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국의 조치에 결코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서울시가 26개 직장주택조합에 특별공급을 허가하면서부터 더욱 증폭되고 있다.

1천여평의 땅을 수용당한 수서동의 李정우씨(60)는"공영개발이라는 취지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감수했다"며"이제는 시가대로 보상을 받든지 땅을 되돌려 받아야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7년동안 사글세로 살아왔다는 강윤자씨(38.여)는 "이사비용이나 전세금 보조는 해주지 않으면서 추위도 채 가시지 않는 3월에 자진 철거하라고 강요하는 정부가 재벌에는 수천억원의 특혜를 주고 있다니 이런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일부 주민들은"주택조합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다면 우리도 조합을 결성해서`특혜'를 받아보자"는 제안까지 나돌아 주민들 사이에 서울시의 이번 특별공급 조치가 얼마나 불신을 사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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