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달리는 소형택시 에어콘거의 없어

1990. 8.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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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약한 어린이,노약자등 고역대단 시민생활 괴롭히는 폭서부작용 ①찜통택시

외국인들,택시문화 세계최하위수준 비판

편집자주=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서울의 수돗물 생산량이 한계점에 도달,고지대에는 제때에 물이 나오지 않아 시민들이 급수차에 의존해 간신히 생활을 하는 가 하면 과부하에 이기지 못한 변전기가 폭발,정전이 되는등'폭서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또 시내버스를 비롯한 교통수단은 냉방장치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가마솥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갑자기 몰아닥친 무더위로 시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시리즈로 마련했다.

(서울=연합(聯合))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훨씬 넘어서는 무더위속에 영업용택시회사들이 차내에 에어콘을 설치하지 않아 서비스정신이 결여됐다는 시민들의 비난을 금년에도 받고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2백90여 업체가 운영하는 2만 5천여대의 영업용택시중 중형택시를 제외한 소형택시의 경우 에어콘이 설치돼 있는 택시는 거의 없다는 것.

실제로 서울 도봉구 방학동 671의 5 (주)영광(榮光)운수의 소형택시 20대와 서울 도봉구 창2동 147 (주)한양흥운의 소형택시 17대 가운데 에어콘이 설치돼 있는 택시는 단 한대도 없으며 다른 택시회사들도 거의 같은 실정이다.

영업용택시들 가운데 일부는 에어콘 대신 소형선풍기를 설치한 경우가 있지만 운전석 쪽으로 방향이 고정돼 있어 그나마 운전기사만 바람을 쐴수 있을뿐 승객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상태다.

택시회사들은 이같은 승객들의 불만에 대해 1천6백cc의 중형택시와 달리 소형택시의 출력은 1천4백cc밖에 안돼 에어콘을 달 경우 출력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또"에어콘 설치가 의무화 돼있는 중형택시의 LPG 소모량은 하루평균 80리터로 이중 10리터정도는 에어콘 가동때문에 소모되는 것"이라며 소형택시에 에어콘을 설치할 경우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개인택시의 경우 소형이라 할지라도 에어콘을 설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택시회사들이 대당 70여만원에 이르는 추가경비를 아끼기 위해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이때문에 더위에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환자들과 함께 택시를 타는 시민들은 요금이 비싸지만 에어콘시설이 돼있는 중형택시를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

31일 두살난 아들을 데리고 친정집에 가던 주부 金慶惠씨(29.서울 은평구 신사동)는"푹푹찌는 소형택시를 탔으나 땀띠가 심한 아들이 계속 울어대 할 수 없이 비싸지만 에어콘이 설치돼 있는 중형택시로 바꿔 타야만 했다"고 말했다.

에어콘이 없는 소형택시를 꺼리기는 운전기사들도 마찬가지.

서울 양천구 신월동 559의 4 삼용운수 (주) 총무과장 成文鏞씨(37)는"운전기사들도 대부분 에어콘이 달려있는 중형택시를 원하고 있어 소형택시에 사람을 배당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成씨는 이같은 소형차 기피현상으로 요즘같은 무더위에는 운전기사 구하기가'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며 "이때문에 대부분의 택시회사들은 인가받은 소형택시들중 10내지 15%를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요금을 올리면서 택시업계가 내세워 온 것이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강화였다"며 "택시회사들이 인가받은 택시를 놀리면서까지 가장 기본적인 편의시설인 에어콘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승객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도 여름에 한국의 택시를 탄다는 것은 "지옥과 다를바 없다"며 심한 불쾌감을 표시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랜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오게 됐다는 스티븐씨(43.美기업가)는"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아무리 생활이 어렵고 국민성이 게으르다하더라도 웬만한 차에는 에어콘이 달려 있다"고 밝히고 "에어콘없는 택시속에서 사람의 땀냄새까지 겹치면 비위가 상할정도"라며 택시문화에 관한한 한국은 후진국 수준임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택시뿐만이 아니다.

전국을 달리는 시내버스들도 대부분 좌석버스를 제외하곤 거의 에어콘이 없는 실정이어서 한여름이면 가마솥과 같은 무더위를 예외없이 실감하게 된다.

업자들은 버스요금을 인상할때면 곧잘 냉난방설치등 서비스개선을 위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도 아직까지 버스요금 인상과 함께 이같은 시설을 한 버스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오늘날 택시라는 교통수단은 그나라의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일본을 찾는 사람들이 그 사회의 좋은 점을 지적하면서 곧잘 깨끗한 택시와 친절한 기사를 끄집어 내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특히 해마다 2백만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우리도 현재와 같은 운송수단의 낙후성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올 여름처럼 무더운 계절이면 정말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기가 부끄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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